최근 사람들이 꿈꾸는 삶 중에 시골에서의 생활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서인지 시골에서 한 달 살기 등처럼 귀농, 귀촌과 같은 시골에서의 생활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접할 수 있다. 사실 시골에서의 여유로운 삶을 동경하여 시작한 시골생활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도시생활과는 다른 삶의 무게로 자신이 꿈꾸던 시골생활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시골생활뿐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세월이 흐름에 따라 더욱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시골로 돌아간다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세대들이 시골생활에 대해 기성세대들보다 더욱 접할 기회가 적다 보니 그 실생활에서의 고단함을 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꿈꾸는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개척자를 만나보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조화로운 삶’은 미국의 사상가 부부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이 1930년대부터 실천한 자급자족적이고 비상업적인 삶의 기록이자 철학적 성찰을 담은 책이다. 이들은 도시 생활과 자본주의 체제, 산업화된 소비문화에 환멸을 느끼고 버몬트주의 시골로 이주해 땅을 일구고 집을 짓고 음식을 재배하며 살아간다. 그들의 삶은 단순하지만 치열했고, 사유와 노동, 공동체와 자연, 몸과 정신이 균형을 이루는 진정한 ‘조화로운 삶’을 목표로 삼았다.
삶의 기준
스코트 니어링과 그의 아내 헬렌은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자립적 삶을 시작하며, ‘현대 문명과는 거리를 두고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실천한다. 그들이 추구한 삶의 핵심 원칙은 네 가지였다: 첫째, 경제적으로 자급자족할 것. 둘째,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할 것. 셋째, 상업주의로부터 독립할 것. 넷째,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 것.
하루 일과는 세 등분되었다. 4시간은 ‘빵 노동(bread labor)’이라고 부르는 생계유지와 관련된 노동(농사, 집짓기 등)에, 4시간은 지적 활동(독서, 글쓰기, 강연 등)에, 나머지 4시간은 사회적 교류, 명상, 산책 등 여가 시간에 할애했다. 이처럼 시간을 균형 있게 사용하는 ‘4-4-4 생활방식’은 그들 삶의 구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델이다.
생활
음식은 철저히 자연식 위주였고, 채식주의를 실천했으며, 가공식품이나 동물성 식품은 피했다. 그들의 식단은 통밀빵, 과일, 야채, 팝콘 등이었고, 직접 재배한 작물로 식사를 해결했다. 의료 서비스 없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같은 식습관과 꾸준한 육체노동, 자연 속의 삶 덕분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집도 스스로 지었다. 돌을 쌓아 만든 집은 단순하지만 견고했고, 외부 자재나 기계를 거의 쓰지 않았다. 농사는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기계 대신 손도구를 썼으며, 비료나 농약 없이 유기적으로 경작했다. 메이플 시럽 생산 등으로 약간의 현금 수입을 얻기도 했지만,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은 최소한으로 제한되었다.
공동체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약간의 한계도 있었다. 이웃들과의 협력은 있었지만, 철저히 자급적이고 독립적인 생활 방식은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제약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철학에 따라 타협 없이 생활을 지속했고, 그 경험을 토대로 책을 쓰고 강연을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의미
‘조화로운 삶’은 단순히 생활 수기를 넘어 현대인의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책에서 강조되는 핵심 메시지는 “적게 소유하고 많이 누려라”는 것이다. 즉, 물질을 줄이고 정신적·육체적 만족을 늘려나가는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인간 본연의 삶, 즉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스스로 일하며, 시간의 주인이 되는 삶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1970년대 환경운동과 귀농운동이 일어나면서 미국 내에서 다시 조명을 받았다. 이후 ‘현대판 월든’이라 불리며 수많은 독자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소개되었다. 헬렌과 스콧은 메인주에 ‘굿라이프 센터’를 설립하며 그들의 사상을 후세에 전하려 노력했고,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끝내며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모습에서 영화 ‘미션’에서 선교사가 도착한 남미 부족의 생활모습이 떠오른 것은 이들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 어쩌면 공동체의 공동생활이라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 시대에 경제적 대위기인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겪으며 벌어진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감이 이들에게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규정하고 그 규정을 지키며 살아간 그들의 모습에서 단순히 시골생활만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자율, 그리고 공동체와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실현하려는 구체적인 실천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물질이 넘치지만 삶의 본질을 잃어버린 현대 사회에서, 이 책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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