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살펴볼 때 가장 많이 하는 얘기 중 하나는 역사는 길게 바라보면 발전의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현재와 과거를 비교해 봐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 시대의 발전과 혼란을
동시에 느끼기 때문에 역사를 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역사속 위대한
인물들의 업적이 후대에 사라지고 오랜 시간 암흑의 시간을 겪는 모습을 바라보면 답답한 마음이
커진다.
이에야스는 전국을 평화로 이끌고 다음 세대에서 이 평화를 온전히 정착시키고자 노력한다. 권력은
다음 쇼군에게 물려준 상태이지만 세계와의 교역을 통해 부를 키우려는 노력과 함께 자신의
사후에도 권력 다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애를 쓰는 가운데 주변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조금씩 불안의
요소로 싹을 키우게 된다.
1. 역사적 배경: 도요토미 가문과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갈등
1600년의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의 실질적인 권력을 장악한 했지만
히데요시와 그의 생모는 여전히 오사카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에야스와
대등한 위치로 생각한다.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와의 약속을 지키고 평화를 유지하고자 생모에게
꾸준히 친화메세지를 보내 갈등요소를 제거하고자 노력한다. 이에야스의 손녀와 히데요시의
실질적인 결혼생활의 시작은 서로의 갈등을 없애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천주교
신교와 구교 갈등이 일본내에서 점점 본격화되면서 히데요시에게 접근하는 구교의 선교사들과
히데요시 주변 구교 신자들의 활동이 불안요소로 커지게 된다. 이는 꼭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자신이 의도치 않은 상황으로 서서히 빠져들어 자신의 발목을 잡는 모습처럼 보여진다.
2. 갈등의 씨앗
이에야스를 도와 광산을 개발하는 나가야스는 이에야스의 신임을 바탕으로 해외의 광산을
개발하려는 계획을 다른 영주들의 도움으로 실현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나가야스는 구교의
선교사들을 이용하려 한다. 또한 광산개발에 있어 생산량을 계획적으로 속여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부를 최대한 늘려 해외로 나아갈 수 있는 배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좋게 생각하면 해외와의
교역을 통해 부를 키울 수 있으므로 나라 전체로 보면 좋은 방향이지 않을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야스의 기본적인 정치방향인 해외선교사에 대한 동등한 대우를 하겠다는 목표와 달리
오히려 유럽의 종교분쟁을 일본 내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조짐을 보이게 된다.
이는 단순하게 종교적 갈등으로 구교와 신교만의 갈등이 아니라 이에야스를 돕고 있는 신교 신자와
이들이 자신들을 탄압할 것으로 생각하는 구교 신자들이 히데요시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모습이 겹쳐지면서 또다른 갈등의 씨앗으로 커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야스의 힘이
아직은 건재하기에 그 갈등이 수면아래에 있지만 이 갈등이 어떤 모습으로 영향을 미칠지,
또 이에야스가 이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할지 무척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3. 멕시코로의 항해
항해중 난파되어 일본에 도착한 영국인 윌리엄 아담스, 일본 이름 미우라 안진은 이에야스 곁에서
이에야스를 도와 해외로의 진출을 돕고자 선박을 건조한다. 그는 천주교 입장에서 보면 신교자로서
일본 내에서 구교 선교사들의 견제대상이 된다. 이는 단지 신교와 구교의 갈등이 아니라 영국,
네덜란드의 신교와 에스파냐, 포루투갈 구교의 국가 간 경쟁이 일본 내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와중에 미우라 안진은 이에야스의 포용력에 반하여 적극적인 협조로 먼바다로 항해할 수
있는 배를 건조하고 멕시코로 항해하고 돌아온다. 물론 교역 결과는 예상과는 달리 만족할 만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1600년대 초반 태평양을 건너 멕시코까지 항해하고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4. 오해와 이해의 차이
나가야스는 해외 진출의 뜻을 구상하며 자신이 스승으로 있는 이에야스의 6번째 아들 타다테루와
그의 장인 다테 마사무네의 동의를 얻고자 연판장에 서명을 받고자 한다. 하지만 다테 마사무네는
여러 핑계를 대며 서명을 거절한다. 이에 나가야스는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이에야스 사후에
혹시 이 문서가 반역의 근거가 되어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한 까닭이다. 아무리 좋은
의미로 시작한 일일지라도 그 의미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같은 글을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음은 인간의 기본적인 특징임을 생각할 때 나가야스의 고민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꼭 해외진출만을 생각했었는가라는 의문을 생각해보면 능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타다테루의 모습과 그 장인의 무력을 이용하여 스스로 권력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에야스는 자신의 사후를 고민한다. 과연 자신의 뜻을 이어 온전히 일본내에서 평화를 이루어
나라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은 모든 지도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물려줄 때 다음
인물이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되겠지만 삶의 유한함이 주는 당연한 고민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위대한 인물 바로 뒤에서 이어받을 후손의 역할이 그래서 더 크고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이에야스의 수명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얼마남지 않은 이에야스의 삶은 어떤
모습을 만들어낼지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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