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은 정조의 신임에도 불구하고 반대파들의 끊임없는 공격으로 중앙 공직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학문을 논하며 세월을 보내며 상권을 마쳤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조선시대의 당파싸움에서 정조시대의 권력구조는 벽파가 득세하고
남인으로 표현되는 다산 정약용 등의 소수 인물들만이 명맥을 유지하는 상태였다. 남인들은
벽파의 반대로 공직에 나서지 못하여 절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천주교를 통한 서학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같은
남인이면서도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이들을 공격하는 공서파의 집중 공격대상이 된다. 공서파와
벽파는 천주교는 무군무부(無君無父)라는 점을 부각하여 남인들 중 특히 정약용 일가를 대상으로
하는 집중적인 공격은 1801년 신유박해라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1. 목민관의 역할과 도덕적 책임
다산을 아끼는 정조는 다산의 능력을 나라를 위해 쓰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에 그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줄이며 다산이 능력을 발휘하여 백성들을 다스리면 다시 중용하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한 황해도 곡산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부사로 임명한다. 지방관으로서
백성들의 안위와 공정한 행정을 목표로 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전들의 지나친 세금부과 등으로
백성들의 삶이 가난으로 찌들게 되는 상황을 자세히 살펴 공정한 세금부과와 불법을 없애 민심을
다독여 백성들의 칭송을 듣게 된다. 다산은 여기서 목민관으로서의 도덕적 책무와 백성에 대한
헌신에 대해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긴다. 이는 단순히 백성들을 다스리는 위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진정한 의미의 봉사를 실천하는 자세를 의미함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작가는 관료의 부패와 무능이 백성들의 삶에 미치는 폐해를 서사적으로 그려내어,
목민관의 올바른 자세를 재조명한다.
2. 백성과의 소통과 공감
작품의 중반부에서는 백성과의 소통을 주요 주제로 삼아 목민관이 단순히 명령을 내리는 자가
아니라, 백성의 고충을 직접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강조된다. 곡산부사로
부임하면서 곡산에서 발생한 이계심의 난이라고 하는 지방관에 대한 항명을 자세히 살펴 산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백성으로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살피는 부분은
정약용의 목민관으로서 백성을 대하는 기본적인 마음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통해 관료의
역할은 단순한 행정 집행자가 아닌, 백성과 함께 호흡하는 동반자라는 점을 부각한다.
3. 갈등, 또 탄압
1801년 신유년
다산을 아끼던 정조의 죽음은 다산의 앞날에 먹구름을 불러오게 된다. 책 속에서는 정약용에 대한
끊임없는 벽파의 반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표현되고 있는 천주교에 탄압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첫 번째 박해사건이 발생한다. 정약용의 셋째 형 약종의 천주교 신자로서의 활동은 정약용과는
크게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약용을 기어이 벌하겠다는 공서파의 공격은 천주교를 빌미로
정약용을 옥죄어 간다. 이에 수많은 천주교신자가 순교하거나 운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 년 내내 발생하게 된다. 약종과 그의 아들의 죽음, 큰 형 약현의 사위들의 죽음은 가족 간의 큰
슬픔으로 남는다. 둘째 형 약전과 약용은 서슬퍼런 국문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생명을 부지하여
지방으로 유배를 떠나게 된다.
4. 문학적 감동과 역사적 맥락
작가는 단순히 정약용의 사상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당시 조선 후기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조선 시대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갖는 의의를 깊이 생각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곡산부사로 근무할 때나 암행관찰을
나가 지방관들의 잘못된 행정처리를 바로잡는 부분 등에서 다산은 목민관으로서의 자세를 다듬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어찌보면 우리가 역사 속에서 영∙정조시대를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부름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의 삶은 참으로 어려움의 연속이었음을 표현하는 작가의 글 속에서 과연 조선의
르네상스는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학문적으로? 정치적으로? 우수한
정치가의 등장으로? 임금의 능력이 출중하여 온갖 제도를 만들어내도 백성들의 삶에 비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과연 그 제도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일을 꿈꾸지 못하는 백성들에게 다가온
모두가 평등하다는 천주교의 교리는 아마도 다가올 천국에서는 온전히 자신의 삶에 대한 행복을
꿈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모두에게 크게 다가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무리
정약용과 그 둘째 형 약전은 서로 다른 곳으로 유배를 떠나 그곳에서의 사람들과 사연을 만들어가며
자신을 돌아본다. 이제 정약용인생의 후반부라고 할 수 있는 약 35년간의 모습을 하권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실학을 주장한 정약용의 삶에서 과연 실학과 목민관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그의 삶의 끝을 알고 있는 입장이면서도 그 삶이 안타까움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무엇일까? 하권에서 만나게 될 다산의 삶과 시대적 아픔을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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