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란 -‘불안’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 관련 서적을 읽다 보면 온전히 그 자체를 바라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자신이 지금 화가 났다거나, 슬프다거나, 우울하다거나 뿐 아니라 기쁠 경우에도

그 자체를 바라보며 자신의 감정을 읽는다면 감정으로 인한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외부적인 환경은 자신이 조절할 수 없을지라도 감정은 자신이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물론 자신의 현재 감정을 만들어낸 많은 이유들은 그대로 놓아두고 단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감정을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를 위해 그

감정의 가장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이유를 살펴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내가 화가 나는

이유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무엇인가를 못하기 때문이라거나 자신의 불만을 단지

그 이유을 통해 화를 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자신의 감정을 조금은 조절하기 쉬워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흔히 느끼는 감정을 분석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이라는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대해 쓴 책으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불안의 근원을 탐구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철학적·역사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책이다. 저자는 인간이 느끼는 불안의 상당 부분이 사회적 지위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이러한 불안을 유발하는 원인과 그에 대한 대응책을 다섯 개의 주요

주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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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안의 원인

1) 사랑의 결핍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성공과 가치는 타인의 인정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타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이 곧 개인의 실패라고 여긴다.

과거에는 신분이 고정적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도 심화되었다.

 

2) 기대치의 상승

산업혁명 이후 경제적 발전과 민주주의 확산으로 인해 사람들은 출신 배경과 관계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이동 가능성이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킨다.

과거에는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믿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성공하지 못하면 개인의 책임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불안이 더욱 커진다.

 

3) 능력주의의 영향

현대 사회는 능력주의를 강조하며, 개인의 성공이 본인의 능력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 원칙은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더욱 큰 심리적 부담을 준다. 과거에는 신분이나

혈통이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였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자책이 덜했지만, 오늘날에는 실패를

자신의 무능력 탓으로 돌리게 되면서 불안이 심화된다.

 

4) 소유와 비교

소셜 미디어와 대중문화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타인과 쉽게 비교하게 되었다.

미디어는 성공한 사람들의 화려한 생활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이를 본 대중은 자신이 뒤처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불안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5) 죽음과 무의미함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으며, 자신이 결국 사라질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불안을 느낀다.

과거에는 종교가 이러한 불안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종교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개인이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졌고, 그 결과 불안이 더욱 커졌다.

 

2. 불안의 해결책

저자는 불안을 줄이고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다섯 가지 해결책을 제안한다.

 

1) 철학

고대 철학자들은 사회적 지위에 대한 집착을 경계하고, 내적인 가치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스토아 철학자들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개인의 태도가 행복을 결정한다고 보았다.

소크라테스는 ‘타인의 평가보다 자기 자신이 올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철학적 태도를 통해 사회적 기대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2) 예술

예술은 우리가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 성공에 집착하는 대신, 인간의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문학, 회화, 음악 등을 통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으며,

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3) 정치

사회적 불안은 종종 경제적 불평등에서 비롯되므로, 공정한 사회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 보통은 복지 제도가 잘 마련된 국가에서는 사람들이 불안을 덜 느낀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4) 기독교

비록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들었지만, 종교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독교는 인간이 신 앞에서 평등하며, 세속적 성공이 아니라 내면의 성숙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제공한다. 이러한 종교적 관점은 개인이 사회적 평가에 덜 휘둘리도록 돕는다.

 

5) 보헤미안적 삶

보통은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 성공을 중시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을 사는

‘보헤미안’적인 태도를 제안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예술가와 철학자들은 세속적 성공보다 자기

표현과 정신적 만족을 중시했으며, 이러한 삶의 태도가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끝내며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철학적 사유, 예술적

감성, 정치적 변화, 종교적 관점, 보헤미안적 태도를 통해 보다 자유롭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결국, 불안은 개인의 문제이면서도 사회적 문제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구조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불안’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분석을 살펴보며 수많은 감정의 형태에 대해서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