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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讀後行

세키가하라 전투 - ‘도쿠가와 이에야스 22권’를 읽고

by 聚樂之生 2024.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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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지방을 다스리던 영주들의 세력다툼으로 인한 전쟁이 약 100년간 이어지던 시대를

마감하는 전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국에서 전쟁으로 인한 백성들의 피폐함을 어린 시절부터

피부로 느껴온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자신의 권력보다도 전쟁을 없애야 한다는 신념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뜻을 따르는 과감한 결단으로 중신들의 불만을 사기도 하였다. 그런 그가 히데요시

사후 전국에서 전쟁을 없애야 한다는 마음에 자신의 뜻과는 다른 전투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전투란 군의 사기, 전쟁에 따른 물자지원, 군사의 수, 등 다양한 변수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많은 이들이 얘기하듯이 군의 단결로 내부

갈등의 유무가 가장 큰 강점이나 약점으로 작용한다. 모두가 한 몸이 되어 작전을 수행해도 이길까

말까하는 대등한 전투라면 특히 서로의 믿음이 가장 큰 무기로 작용한다는 것은 수많은 전투에서

사례로 남아 기록되어 있기도 한다.

 

 

이에야스군과 이에 대적하고자 뭉친 이시다군을 역사에서는 동군과 서군으로 지역적 특색을

지칭해 부르고 있다. 그럼 이들 동군과 서군의 단결력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이에야스의 동군은

가장 강력한 군을 유지하고 있던 이에야스의 힘을 등에 업고 모두가 히데요시의 뜻을 이을 것을

주장하며 모여있었지만 이시다의 서군은 사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전쟁의 상황에 따라 마음을

달리 하려는 영주들로, 서로에게 힘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하는 불신의 상태에

있었다고 봐야할 듯하다.

 

전쟁의 명분도 서군에서 주장한 이에야스의 잘못도 그다지 백성들에게 명분으로 다가가지 못한

상태에서 이에야스 또한 이시다의 독자행동을 막기 위한 전쟁임을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워

히데요시의 뜻을 따르려는 동군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다른 영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서 전쟁의 향방은 이미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위를 떠난

화살은 과녁을 향한 비행을 멈출 수 없었다.

 

과연 이시다의 뜻에 동의하고 참여한 영주들은 과연 무슨 뜻으로 이 전쟁에 나서기로 한 것일까?

나서기로 했으면서도 전장에서의 행동이 적극적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전쟁의 향방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 왜 참여한 것인지, 사실 이 부분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시다와의 친분으로 인해 과감하게 참여를 결정한 오타니만이 끝을 알면서도 끝까지 소위

의리를 지키려는 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리더라는 자리에 있는 자의 모습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힘과 타인의 힘을,

권력의 향방을 다투는 자리에서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과 가문을 지킬 것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던 그시절 영주들의 모습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어찌보면

리더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삶이 이러한 갈등으로 이어져있는지도 모른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

하는 일속에서 생명을 다투는 정도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매 순간의 선택으로 삶의 희비를 겪는 것을

보면 모든 세상일이 크기나 형태만 다를 뿐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모두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맴돈다.

 

전쟁은 동군의 압도적인 우위로 정리되어 간다. 서군의 실질적인 수장인 이시다는 전투에서

참패하고 쫓기는 신세가 되어 홀로 오사카로 돌아가려 하지만 철통 같은 경비태세로 어려움을

겪다가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에 붙잡힐 생각을 한다. 이시다의 이 생각도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다. 본인은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하지만 그런

생각이라면 왜 다른 이들을 그토록 충동질하여 전쟁을 일으켰는지, 차라리 자신의 뜻과 다른

이에야스를 향해 설득을 할 생각을 했다면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희생은 없었을 것이 아닌가 하는

답답한 생각이 든다.

 

이제 앞으로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이에야스의 고뇌와 역량으로 일본의 모습을

그리게 될 듯하다. 지금까지의 책 속 내용에서 전란으로 인한 백성들 생활의 어려움이 안타깝기도

하였지만 그럼에도 오랜 전쟁으로 보다 잘 싸우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고 그를 발전시켜 나간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부러움도 크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무리 가까운 곳에 명나라, 청나라가 있었다지만

그들을 통해 들어오는 서양문물을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우리나라의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물론 역사는 가정이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을 그저 추슬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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