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말이나 글에서 단어의 의미가 소위 사전적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언어는
살아있다’고들 말하곤 한다. 지금 쓰이는 의미가 세대가 흘러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언어는 우리의 발전과 함께 꾸준한 변화를 겪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탐구한 철학자가 있다. ‘마음이 뇌에게 묻다’라는 책에서 이 철학자의 연구를
인용한 것을 접하고 궁금해졌다.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현상학적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 경험과 언어의 본질을 탐구한
사상가로 그의 저서 인 이 책은 언어의 역할과 본질을 설명하면서, 특히 언어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 경험과 사유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그는 언어의 본질적 특성을
해명하는 동시에,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침묵의 의미를 탐색하며 언어와 의미 형성의 역동적 관계를
조명한다.
1. 언어의 두 가지 형태: 직접적 언어와 간접적 언어
메를로 퐁티는 언어를 크게 직접적 언어와 간접적 언어, 두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직접적 언어는 일상적인 소통에서 사용되는 언어로, 이미 존재하는 개념과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이는 언어가 기성 관념을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컨대,
사전적 정의를 따르는 표현이나 상투적 표현이 이에 해당한다. 직접적 언어는 정형화되어 있으며,
기존 의미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둘째, 간접적 언어는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고 기존 언어 체계를 변형하는 언어를 가리킨다. 이는
문학, 예술, 철학적 사유에서 주로 발견되며, 언어의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측면을 반영한다. 메를로
퐁티는 예술가나 철학자가 언어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기존의 사고방식을 전복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그는 특히 시와 문학에서 간접적 언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며,
기존 언어 체계를 넘어서 새로운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차원을 열어준다고 주장한다.
2. 의미 형성과 표현
저자는 언어가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의미를 형성하는 과정 자체라고 봄으로써
언어는 우리의 경험과 감각, 사유를 조직하는 방식이며, 언어 없이 사고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즉, 언어는 사유의 도구가 아니라 사유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가 언어를
통해 구조화되며, 언어가 없으면 경험 자체가 무의미하게 흩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언어를 단순한 기호의 조합이 아니라, 의미를 창출하는 살아있는 과정으로
본다. 언어는 항상 변형되고 있으며,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는 창조적 과정이다. 따라서 언어는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열어놓는다고 주장한다.
3. 침묵과 언어
저자는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침묵’의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침묵이 단순히
말의 부재가 아니라, 의미가 생성되는 공간이며 언어가 출현하는 토대라고 말하며, 침묵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언어가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그는 예술 작품이나 문학에서 침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며, 말로 표현되지 않은 부분이
오히려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한 편의 시에서 비유나 여백이 독자로
하여금 더 깊은 의미를 추론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바로 침묵의 역할과 연관되므로 침묵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언어가 도달할 수 없는 차원을 드러내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4. 예술과 철학에서의 언어
메를로 퐁티는 예술과 철학이 언어를 통해 어떻게 의미를 확장하는지를 분석한다. 그는 특히 문학과
회화에서 간접적 언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며, 예술 작품이 기존 언어적 틀을 깨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한다고 주장한다.
철학 또한 언어를 통한 새로운 의미 창출 과정이라고 보는 저자는 철학자는 기존 개념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변형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철학적
사유는 단순한 논리적 분석이 아니라, 언어적 실천의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끝내며
저자는 언어를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세계를 구성하는 창조적 힘으로 본다. 직접적
언어는 기존의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간접적 언어는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며 사고의
지평을 확장하며, 침묵은 언어의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새로운 의미가 탄생하는 공간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언어를 고정된 기호 체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되는
역동적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그의 언어관은 철학뿐만 아니라 예술, 문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현대 언어철학 및 현상학적 사유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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