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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讀後行

소설집 '어비'를 읽고

by 聚樂之生 2024.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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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어비'에는 '어비'와 함께 '아웃포커스',  '한밤의 산행', '치킨 런', '쿵후하는 자세', '광장 근처',

'줄넘기', '와와의 문', '비눗방울맨' 제목의 총 9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쓴 김혜진 작가는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비』 『너라는 생활』, 장편소설

『중앙역』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중편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이 있다. 중앙장편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 대산문학상, 2021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속 인물을 만나면 그 사람의 특징이 보통 생활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의 특징을 가지고 있을 때

소설에 자기도 모르게 몰입을 하게 된다. 책의 맨 앞에 수록된 '어비'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어? 소설

속 인물이 흔하지는 않은데'라는 생각과 함께 가끔 만날 수도 있는 약간의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데 점에서 조금은 다른 매력을 느낀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인물묘사와 환경을 그리는

표현이 지금까지 내가 읽어 왔던 관점과 다르다는 점에 점점 호기심을 느끼며 읽었다.

 

 

'어비'에서 어비는 인물의 이름이자 주인공이 일하는 곳의 개 이름이기도 하다. 책 택배를 위해

포장을 하는 일을 하는 인물속 어비는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하며

다른 이들과에게 관계의 불편함을 주지만 자신은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보통 다른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생활해야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받지만 어비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어비는 책포장일에서 벗어나 개인 방송을 하며 자기만의 생활을 보여준다. 다른 사연들 속에

화자와 어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이 나에게는 현실속 우리들의 씁쓸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여 뭔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주면서도 많은 생각을 가져오게 한 작품이다.

 

'아웃포커스'에서는 일자리를 잃은 엄마와 자식의 모습을 그리는데 다른 어떤 변화를 스스로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최선이란 무엇일까?

소설 속 엄마와 자식의 모습에서 답답함과 우리가 생각하는 성실하다는 의미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한다.

 

'치킨 런'에서 치킨 배달하는 사람과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사이의 모습에서는 생각은 많지만 그저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우리들의 일상을 보는 듯하며, '광장근처'라는 작품에서는 노점상을 하는 

주인공을 대하는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우리가 다른 이들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의 단면을 보여준다.

 

나는 특히 '줄넘기'라는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이별의 아픔으로 방황하는 주인공은 줄넘기라는

운동을 통해 줄넘기를 하는 동안 아픔을 잊고 줄넘기를 함께 하자고 한 노인과의 교류를 통해

인생을 배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줄넘기를 많이 하기 위한 방법으로 숫자를 셀 때 '하나, 둘, 셋...'

아니라 '하나, 하나,하나...'로 세라는 말은 꼭 줄넘기만이 아니라 모든 일을 대하는 자세를 알려주는

듯하다. 또 '뭐든 하다 보면 알게 되지'라는 노인의 설명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결과만을 그리는

모습을 비꼬는 듯하여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래, 무엇이든 한번에 한 번씩, 그 한 번이 차곡차곡

쌓여야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마음에 새긴다.

 

책을 읽으며 책 속의 표현들을 음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서 계절의 변화를 표현한 '창밖으로 계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가을이라 할 만한 빛깔과 공기

같은 것들이 먼 쪽으로 물러나고 있었다.'라는 표현은 나에게는 색다른 감성을 불러일으킨 문장으로

기억한다.

 

 

노태훈 문학평론가는 이책의 해설에서 '소설가는 소설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라는 질문에 작가는

'소설은 어떤 인물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사건을 겪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그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라고 답할 것으로 생각한다. 평론가가 생각하는 작가의 답을 제대로 표현한

책이 이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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