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다. '이야기책은 나를 발견하는 독서'라고 하는데 책을 읽은 후 저자의 의도를 궁금해하는
것은 아직도 내가 나를 궁금해하는 것이 많다고 해야 하나? 자기 계발 도서나 지식도서의 경우
책을 읽고 나면 어떠한 지식을 배웠다거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소설의
경우에는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나를 돌아보거나 주인공의 이야기에 공감여부에 따라 '재미있다'
내지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소설의 의미를 고민할 때 느끼는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은 왠지 모를 부족함이라는 말 때문인지 답답함과
함께 '나만 그런가?'라는 생각에 왠지 주눅도 든다.
소설보다 자기계발도서나 지식도서를 주로 읽어오던 중 이야기책인 소설의 중요성과 색다른
표현으로 감성을 자극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에 공감하여 요즈음은 소설을 많이 읽으려고 시도 중에
있다. 그러다 만난 책이 이 책이다.
황정은 작가가 쓴 이 책은 여러 매체에 발표한 11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고 한다.
11편의 소설중 '모자', '오뚝이와 지빠귀'에서 모자로 바뀌는 아빠나 오뚝이로 변해가는 사람의
모습에서 무기력한 어른들과 이를 받아들이는 젊은이들, 시대에 수긍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렸다는 평론가의 말을 읽으며 추상화를 보며 느끼는 다양한 느낌을 이 책을 통해
생각하게 된다.
'문'에서 주인공은 자신은 볼 수 없는 뒤에서 열리는 문을 통해 할머니를 만나고, 다른 죽은 이들을
만나 그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에서는 현대인의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아무리 시간을
보내도 시간은 되돌아와서 견디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그런 시간도 결국은 흘러간다"라는 말은
우리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즐겁기 위해서 샀지만 어쩌다 보니 샀기 때문에 즐거워야 하는 야릇한 상태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라는 표현이 있는 '무지개풀'은 집안에 풀장을 만들어놓고 어쩔 줄 모르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늘 많은 선택을 하며 그 선택의 정당성을 스스로 만들어내기 위해 애쓴다는
생각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입가에 옅은 웃음을 짓는다.
'모기씨', '마더', '소년'의 작품은 주인공들의 무기력을 통해 작품 속 인물들의 우울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작품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작품들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작품속 자살을 내포하는 표현이나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표현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물론 평론가들은 작가의 소설을 '젊고 발랄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작품'
또는 '심드렁하고 무뚝뚝하고 아무렇지도 않아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 명랑성이 작가만의 독특한
서사형식으로 나타난다'라고 평하고 있다.
'배우기 > 讀後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장에서 답을 찾다 – ‘나는 매일 부동산으로 출근한다’를 읽고 (0) | 2024.06.24 |
---|---|
빠른 결정의 힘 - '5초의 법칙'을 읽고 (0) | 2024.06.21 |
재테크는 잘 모으는 것부터 - '잘 모으는 공식'을 읽고 (0) | 2024.06.19 |
화 다스리기 - '그대안의 호랑이를 길들여라'를 읽고 (0) | 2024.06.18 |
'대의(大義)'란?-도쿠가와 이에야스 16권을 읽고 (0) | 2024.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