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의 아침편지 크게 생각하면 크게 이룬다'를 읽다가 이 책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을 인용한
글귀를 보고 '읽어봐야지'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산문이라는 말은 형식 없이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쓴 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글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배경에는 사물을 보는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생각된다. 그런점에서 이 책은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생각'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인 정호승님은 정제된 서정으로 비극적 현실 세계에 대한 자각 및 사랑과 외로움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모습이 이 산문집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삶의 고통과 아픔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정채봉작가와의 특별한 인연 속 애틋한 마음과 그리움을
표현한 글속에서 시인의 인연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어 고통과 외로움 등 아픈 감정의
근본에 사랑이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에 남는 글을 정리하며 생각해본다. 그중 '눈부처'라는 말을 표현하는
글이 있는데 눈부처란 다른 이의 눈동자에 비친 사람의 형상이라는 우리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아기의 맑은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에 딱맞는 표현을 찾았을 때의 기쁨을 말하며
이처럼 아름다운 우리말의 널리 사용되기를 기대하는 모습은 '딱 시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고 나면 생각나는 글귀나 느낌은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을 읽을 때
나의 감정을 건드린 글귀를 모아 마음과 함께 정리해본다.
– 예전이 우리 삶이 둥근 수박과 같은 자연적 형태의 삶이었다면, 지금은 외형을 중시하는 네모난
수박과 같은 인위적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자신이 무척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지금 서울 교대역에 모이는 맹인들을 한번
찾아가 보라. 그들은 우리를 위안하는 위안의 성자다. 곰곰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나의 불행이 남을
위로하는 일보다 남의 불행이 나를 위로하는 일이 더 많았다. 불행한 이들에게 많은 빚을 지면서
오늘을 살고 있는 셈이다.
– 성공도 남이 만들어주는 성공은 성공이 아니다. 성공에는 실패를 통한 자신의 노력과 정성과
눈물이 들어 있어야 한다.
– 삶의 크기는 꿈의 크기다. 늘 노력이 뒤따른다면 인생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는 그 무엇이다.
–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용서밖에 다른 길이 없으며, 용서한다는 것은 추상적인 행위가 아니라
구체적 의지의 행위이며, 용서한다고 일단 의지를 세우고 결단을 내리라고 말한다. 그 결단 뒤에
오는 문제, 용서하겠다고 의지를 세우고 입 밖으로 용서한다고 말을 했다 하더라도, 그 뒤에 자꾸
또 마음이 괴로워지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므로 그것은 신의 몫으로 맡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때 외롭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때 혼자이고, 혼자일 때 바로 외로움을
느낀다.
– “반지가 왜 둥근 링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지 아느냐?”
“반지에는 서로 링 밖으로 벗어나지 말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니까 서로 사랑을 약속하고
결혼을 했으면 어떠한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그 약속을 꼭 지키자는 뜻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 “책을 내도 헌책방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생명이 긴 책을 내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헌책방의
서가에 꽂힐 수 있는 책이야말로 좋은 책이다. 좋은 책이라야만이 헌책방에 꽂힐 수 있다. 그럴
정도의 책이 아니면 아예 내지를 말라. 내 인생도 헌책의 생애처럼 헌책방 서가에 마지막까지
꽂힐 수 있는 그런 부끄럼 없는 인생이 되고 싶다.”
– “인간이니까 병에 걸리는 겁니다. 병에 걸리면 나을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는 게 인간입니다.
건강한 외부인들이 우리 환자들을 볼 때 저게 인간이냐, 저렇게 살 바에야 아예 죽고 말지
아등바등 살 필요가 뭐 있겠느냐 하겠지만, 저것이 바로 인간의 진실된 삶의 모습입니다. 생명을
부여한 절대자가 허락할 때까지는 운명에 순종하고 살아가야 하는 게 바로 우리 인생입니다.”
– 봄은 꽃을 피우기 위해서 오고,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 핀다. 봄이 오지 않는데 꽃 피는 법 없고,
꽃이 피지 않는데 열매 맺는 법 없다. 추운 겨울을 이기고 견뎌낸 매화나무만이 아름다운 매화를
꽃 피운다.. 하늘을 바라보는 자만이 별을 바라볼 수 있듯이 꽃을 피우고 싶은 자에게만 봄은
찾아온다.
– 인생은 시간이다. 이제 또 한 해를 보내는 12월의 창가에 서 있다. 바람이 차다. 느낌표가 아니라
마침표를 찍듯이 눈이 내린다. 눈을 맞고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아름답지 못하다. 아마 나처럼
마음의 창이 다 부서진 사람들인가 보다. 그러나 아직 절망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겐 아직 또다시
마음의 창을 달 수 있는 1월이 기다리고 있다. 이것은 신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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