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역사를 배우면 실학자 다산 정약용에 대해 많은 내용을 접하게 된다. 다산의 일생과
저서를 만날 때면 항상 거론되는 책이 바로 목민심서라고 생각된다. 물론 경세유표 등 다른 많은
책도 저술하였지만 관리로서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기록한 이 목민심서는 다산의 주요한 업적이
아닐까 한다. 특히 '목민'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쓴 다산의 마음을 생각하면 백성을 아끼는 마음이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인과 일상적 대화를 하다 우연히 작가를 만난 일을 듣게 되어 지금까지 관심은 있었지만 도전은
하지 못했던 다산의 일생을 통해 작가를 알고 싶은 마음에 읽기 시작하였다. 이 책은 다산의
목민심서를 그대로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다산의 일생을 따라가며 다산의 사상적 고민과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한 책이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다산을 만나며 함께 시대적 문제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조선시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정조와 함께 시대를 살아간 다산은 조선의 사상적 토대인 유교뿐
아니라 소위 서학이라고 말하는 천주교를 토대로 서양학문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는 백성들의 삶을 개선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다산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천주교의 교리가 그 시대의 유교적 사상과 너무나도 크게 부딪히는 관계로 다산의 일생을
계속 발목잡는 계기가 됨은 안타깝게 생각된다. 지금이야 과학과 종교적 관점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만 그 시대에만 해도 서학은 바로 천주교에서 시작되었고 온 세상으로 선교를 나선 천주교의
강력한 입장이 동양적 사고와 부딪힐 수밖에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심하게 유교적 사고와 부딪힌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1590년대에도 천주교가 들어간 것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 많은 교류를 통해 새로운 사상과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무려 200년이 지났음에도
조선에서는 아직도 천주교에 대한 아니 서양 문물에 대한 수용과 관심이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었으니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하는 것이다.
또한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정조임에도 불구하고 당파싸움으로 인한 백성들의 고충을 모르지는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었겠지만 부패한 관리들의 횡포를 다스리지 못하여 백성들의 삶이 종교적
믿음으로 현실을 도피하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것은 그 시대 지도층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나라를 다스린다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리만을
생각하여 타인을 모함하고 그들에게 어떤 굴레를 씌울 것인가만을 고민한단 말인가!
물론 한 번 잡은 권력을 놓치는 날에는 모두가 험난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극한의 싸움이 계속
되는 권력다툼속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렇게 보낸 세월들로
이 나라가 임진왜란도, 병자호란도 겪었음은 왜 기억하지 못하는지, 무엇이 나라를 위하는 일인지,
새로운 인재들의 등용이 어떠한 발전을 지속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지도층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올 뿐이다.
백성의 가난을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여 함께 지내던 가구기술자에게 새로운 방직기계의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많은 부를 이룰 수 있게 도와준 일이나 암행어사를 나가 산적이 되어 호구지책을 삼으며
살아가는 백성의 안타까운 사연을 해결해주는 이야기들은 다산의 생각과 자세를 살펴볼 수 있는
일화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관리로서 청렴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백성들의 가난은 가슴아파하면서 어찌하여 자신의 가난은 돌보지 않는지 모르겠다.
옛말에도 '항산항심恒産恒心'이라고 했는데 이는 누구한테 맞는 말인지 다산의 생각을 듣고 싶다.
정조의 신임과 서학의 탄압이 서서히 시작되는 시기까지의 다산의 일생을 서술한 상권은 그 시대의
모습과 다산의 향후 일생에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생각과 현실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자 했는지, 기존의 사상에 반대는 있을 수 없는 시대적 환경은 어떤 압박으로
다산에게 다가왔는지 궁금해진다.
'배우기 > 讀後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식의 입력과 출력 사이-'지식의 단련법'을 읽고 (14) | 2024.10.25 |
---|---|
신화 속 공통점 -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읽고 (15) | 2024.10.23 |
선택의 순간-'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를 읽고 (30) | 2024.10.18 |
협상의 기술-'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을 읽고 (18) | 2024.10.16 |
기준갖기-‘부자의 습관’을 읽고 (20) | 2024.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