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접하는 우리나라의 신화로는 단군신화나 신라의 박혁거세탄생신화, 고구려 건국신화
등을 말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신화 속 인물이 말해주는 것은 그들의 탄생이 신비롭다는 것이 아니라
그처럼 특별한 사람들에게 선택된 민족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만 이런 특별한 신화를 가지고 있을까? 다른 나라들은? 아니 다른 민족들에게도
이처럼 특별한 건국과 관련된 신화이거나 인물에 대한 신화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아주 오래전 부족으로부터 시작된 단체생활에서 결속을 다지고 타 부족들과의 차별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사상적 근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라서 신화를 살펴본다면 지역별
차이나 특색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된다. 이 책의 시작은
이 생각과는 반대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저자는 전 세계의 신화를 비교하며 신화 속 영웅들의
활약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1904년 미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비교신화학자로서 서로 다른 문화권 신화와 종교의
공통되는 현상과 기능을 연구해 왔다. 그는 어린시절 아메리카 인디언의 민화를 접하고, 문화적
접촉이 전혀 없었던 이들 민화와 아더왕 전설의 상징체계가 놀라우리만치 유사한 데 착안, 모든
문화권 신화를 두루 꿰는 신화의 원형을 찾아내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저자의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이 책에서 저자는 다양한 신화 속 영웅들의 모습을 통해 신화가 갖는
의미를 통일된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게 알려주고 있다. 지역별 신화 속 다양한 영웅들의 탄생과
그들의 역경, 역경을 극복한 후 사회로의 귀환, 그 후의 역할이 주는 의미가 표현과 내용은 다르지만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즉 신화속 영웅은 태어나서 자신의 삶을 잘 살다가 만나게
되는 역경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회피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받아들이고 그 역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모험을 떠나면 조력자를 만나 조력자의 도움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귀환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영웅의 귀환은 단순히 역경을 극복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역경을
극복한 힘을 사회에 적용하는 함으로써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신화 속 내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한 민족 특유의 생활환경, 인종, 그리고 전통이 유효한 형식으로 화해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갖가지 상징을 통해 동일한 구원이 계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고, 또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즉 '인간이 되려면,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인간의 얼굴로
바뀌어 있는 신의 얼굴을 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러한 신화속 의미가 힘을 잃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서양학문의, 하늘에서
땅으로의 하강, 그리고 오늘날의,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집중은, 인간의 경이라는 놀라운 이동로를
닦았다.'고 말하며 이제는 오직 인간만이 결정적인 수수께끼라고 말하며 지금까지의 신화 속 사회의
이미지 전체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찌보면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일 테니 이 책을 읽는 지금 저자의 말은 다소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이 쓰인 1949년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개혁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시대에 종교적 내용와 신화를 함께 비교하여
의미를 설명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이해하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때면 작아지는 자신이 무척이나 초라해진다. 물론
배움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분야가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은 풍부한 사례와
저자의 자세한 설명이 함께 하고 있음에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껴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며
몸과 머리가 함께 고생한 책으로 기억될 듯하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기억하는 것은 초기 인류가
멀리 떨어져 시작했고, 다른 피부를 가졌고, 환경에 따른 생활방식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생각은
뿌리가 같다는 인식을 한다면 조금은 서로를 지금보다는 폭넓게 이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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