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10권에 이르러 “원명의 장”이라는 부제목을 살펴보니 여기의 ‘원명’의 뜻이
‘시호諡號’라는 뜻으로, 즉 죽은 인물에게 국가에서 내려주거나, 죽은 군주에게 다음 군주가 올리는
특별한 이름이라고 한다. 무사시를 일컬을 때 ‘검호劍豪’라는 별칭을 쓰는데 아마도 이 ‘검호’를 생각하여
원명이라는 제목을 쓰지 않았나 생각한다. “검호”는 ‘검에 대하여 높은 경지에 이른 자’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마타하치, 무사시 함께 수행하다
무술사범으로 등용이 좌절된 무사시는 남모르게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활하고, 에도에서 쫓겨난
마타하치는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다 무사시를 만나 지난 자신의 잘못을 대해
용서를 구하고 무사시만을 바라보는 일편단심인 오츠를 받아들여 줄 것을 부탁한다. 이들은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어긋났던 과거는 털어내고 함께 가르침을 구할 것을 다짐하고 저명한 구도화상을 쫓아 수행을
시작한다.
수행에 나선 무사시는 아무런 가르침 없이 자신의 길만을 가는 구도화상에게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
마음을 표현하자 말없이 무사시 주위에 원을 그리고 떠난다. 말없이 떠나는 구도화상에게 답답함을 느끼다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고 희열을 느낀다. 그 원을 보며 자신, 천지도, 모두가 하나라는 뜻을 깨우친 무사시를
보며 수행의 길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며, 모두가 하나인데 내 마음속 혼돈은 어떻게 떨칠 수 있다는
말인지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깨달음의 순간은 모두가 다르게 맞이한다고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스기의 반성
무사시와의 만남이 어긋난 오츠는 고향과 가까운 마을에서 무사시의 첫 번째 제자 조타로와 서로 의지하며
지내던 중 또다시 오스기의 꾐에 빠져 고향 마을로 끌려가다 조타로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하게 된다.
이때 조타로는 오츠를 구하기 전에 오스기를 붙잡아 동굴에 가두어 놓는데 이날 밤 많은 비로 오스기의
목숨이 위태로운 것을 알고 오츠는 자신의 목숨을 노린 오스기임에도 그녀를 구한다. 이에 자신이 자신의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이들을 괴롭힌 지금까지의 행동에 대한 잘못을 깨닫고 오츠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목적인 무사시와 오츠의 목숨을 노리며 죽음을 무릅쓰고 대결을 피하지 않던 오스기의
생각이 많은 비로 인한 자연의 무서움 앞에서는 죽음이 무서웠던 것일까? 수년 동안 죽이려고 악착같던
마음이 갑자기 누그러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의 변화란 예상하기 힘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후나시마로
고지로의 도전을 받아들인 무사시는 대결장소인 후나시마로 향한다. 대결장소인 후나시마는 시모노세키
앞에 있는 섬으로, 두 사람의 대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사람들의 혼잡과 불필요한 간섭을 없애기
위해 그 지역의 영주가 공정한 대결을 고려하여 결정한 것이었다.
이 대결에 대한 소문은 전국으로 퍼져 무사시와 인연이 있는 오스기, 마타하치, 오츠 뿐 아니라 제자 이오리,
조타로 등 많은 사람들도 모두 이곳으로 향하여 무사시와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 한다. 지난 날의 잘못을
비는 오스기, 아내로 맞아주길 바라던 오츠, 이들과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인사를 나누는 무사시는 대결에
앞서 초조한 마음보다 초연한 모습으로 대결을 준비한다.
고지로와의 대결
간류라는 검술의 유파를 만든 고지로와 이도류라고 불리는 무사시의 대결은 긴장감 속에 벌어진다. 하지만
대결에 앞서 노를 다듬어 목검을 만든 무사시는 진검 대신 목검을 이용해 대결에 임한다. 목검을 사용하고자
한 무사시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대결의 결과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은 탓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무사시의 이 마음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대결은 무사시의 승리로 끝나고 상대방의
참관인들에게 인사 후 무사시는 조용히 섬을 떠난다.
미야모토 무사시를 보내며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자식과 가문의 명예만을 생각하는 오스기, 일편단심 무사시만을 그리던 오츠, 생각과
행동이 항상 흔들리는 친구 마타하치 등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군상들의 모습에서 그 옛날 사람이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별반 차이가 없음에 인생이란 돌고 도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쉬운 점은 무사시라는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한 소설임에도 고지로와의 대결 이후 무사시의 삶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대결이 무사시 생애에서 하이라이트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검호’라는
칭호로 불리는 사람이 진정 검으로 이룬 수행의 결과가 맞수와의 대결에서의 승리뿐이라는 점이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하다.
10권에 걸쳐 수행을 하며 고수들과의 대결을 통해 자신을 닦아온 무사시의 모습에서 오직 검술만을
생각하지 않고, 검술을 통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한 수행자와 함께 그 시대를 살펴보는 시간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삶에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인생 속 수행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된다.
'배우기 > 讀後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만의 재테크 기준만들기-‘돈은 좋지만 재테크는 겁나는 너에게’를 읽고 (13) | 2025.05.23 |
---|---|
나와 내 안의 또다른 나-‘황야의 이리’를 읽고 (0) | 2025.05.21 |
‘메타인지’ 기억하기-‘깊은 생각의 비밀’을 읽고 (4) | 2025.05.16 |
무無의 장-‘미야모토 무사시 9권’을 읽고 (4) | 2025.05.14 |
호흡으로 건강 리부팅-‘빔 호프 메소드’를 읽고 (4) | 2025.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