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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讀後行

나와 내 안의 또다른 나-‘황야의 이리’를 읽고

by 聚樂之生 2025.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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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책을 읽는다거나, 음악을 감상한다거나, 또는 미술을 감상하며 자신만의 가장 좋아하는 작가, 가수를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와는 달리 사람들의 입에 많이 회자되는 작가, 가수를 우리는 흔히 인기 작가, 인기 가수라 부르게 된다. 특히 작가부문에서 이처럼 일컬어지는 많은 작가 중에서 유명한 인물로 헤르만 헤세를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너무도 유명한 작가로 알려져 있고 많은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유리알 유희라는 작품을 읽으며 든 생각은 참 어렵다라는 생각이 첫 번째였기에 그 후 다른 많은 고전들처럼 쉽게 헤세의 작품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이 책 황야의 이리를 알게 되어 다시 한번 작가의 작품세계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헤세의 약력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1877년 독일 남부 칼브에서 태어나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1895년경부터 작품을 출간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를 비롯해 수많은 소설과 시집을 출간한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이 작가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46년 노벨상을 수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 작품은 헤세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반영되어 있으며, 1927년 출간 이후 20세기 문학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롤로그: 편집자의 서문

소설은 해리 할러를 잠시 하숙으로 받아들였던 '편집자'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그는 할러를 황야의 이리라고 부르며, 도시와 사회, 사람들 사이에서 철저히 소외된 존재로 묘사한다. 할러는 조용하고 지적이지만 예민하고 괴팍한 성격의 중년 남성으로, 문학, 철학, 음악에 해박하지만 세상과 불화하며 깊은 우울에 빠져 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방에서 황야의 이리를 위한 작은 책자라는 제목의 인쇄물을 발견하게 되고, 그 내용은 이후 줄거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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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이리소책자

이 소책자는 해리 자신의 내면을 분석하는 일종의 심리적, 철학적 설명서이다. 그는 자신 안에 두 개의 자아인간적인 자아야수 같은 이리의 본성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으며, 이 두 자아가 끊임없이 갈등을 벌인다고 느낀다. 인간적인 자아는 고귀한 예술, 철학, 도덕성을 추구하지만, 이리의 자아는 본능, 파괴, 쾌락, 무질서를 추구하는데, 그는 이 두 자아의 화해가 불가능하다고 느끼며 스스로를 혐오하고 자살을 진지하게 고려한다.

 

헤르미네와의 만남

죽음을 고민하던 해리는 우연히 어느 술집에서 헤르미네라는 신비로운 여성을 만나게 된다. 헤르미네는 해리를 단번에 꿰뚫어보며, 그의 삶에 점차 개입한다. 그녀는 해리에게 너는 머지않아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내가 죽어야 할 때 네가 나를 죽여줄 것이다라고 말한다. 헤르미네는 해리에게 춤을 추는 법, 사교생활, 인생을 즐기는 법을 가르치며, 그를 조금씩 세상과 연결시켜 준다.

 

파블로와 마법의 극장

헤르미네는 해리를 파블로라는 색소폰 연주자에게 소개한다. 파블로는 겉으로는 단순한 쾌락주의자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매우 통찰력 있는 인물로, 그는 해리를 마법의 극장으로 인도한다. 이곳은 해리의 내면세계를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환상의 공간이다. ‘단지 미치기 위한 자만 입장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는 이 극장은 여러 개의 문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은 해리의 무의식적 욕망, 기억, 환상 등을 반영하는 작은 연극 무대처럼 기능한다.

 

마법의 극장에서 해리는 자신의 정체성의 파편들과 마주하게 되며, 고정된 자아라는 개념이 허상임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하나의 자아가 아닌 수많은 자아들의 복합체이며, 유동적이고 변화 가능한 존재라는 통찰에 도달하게 된다.

 

헤르미네의 죽음과 자아의 초월

극장의 마지막에서 해리는 헤르미네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순간의 질투와 분노에 휩싸여, 그는 그녀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명확하지 않다. 해리는 이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욕망, 도덕과 본능 사이의 모순을 체험하게 되며, 결국 자아의 통합과 초월이라는 철학적 경지에 접근합니다.

 

해리는 이 경험을 통해 삶을 고통과 절망으로만 보았던 자신의 시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는 삶을 비극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위대한 놀이로 인식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파블로는 그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다고 말하며, 해리는 마침내 웃음을 배우는 길위에 서게 된다.

 

끝내며

'황야의 이리'는 단순한 줄거리보다도 그 속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와 심리적 탐구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해리 할러라는 인물을 통해 자아의 분열, 사회와의 단절, 삶의 무의미함 속에서 방황하지만, 환상과 체험을 통해 인간 존재의 다면성과 자유의 가능성을 인식하게 만든다. 그는 더 이상 삶을 거부하는 파괴적 존재가 아니라, 삶의 본질을 탐색하고 웃음을 배우는 존재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갈등을 야수인간이라는 이분법으로 제시하지만, 결국 그것을 넘어서는 다원적 자아 개념을 통해 실존적 구원을 추구하는 철학적 성장소설로 독자에게도 자기 성찰과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유도하는 힘을 지닌 작품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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