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거나 이런 이야기를 책을 접하며 자란 세대거나 모두 짧지만 흥미진진한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 이야기들은 콩쥐 밭쥐, 장화홍련전, 흥부와 놀부 등 우리의 전래동화로 일컬어지는 이야기들 뿐아니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설공주 등 외국에서 전해진 이야기까지 더해져 지금은 더욱 많은 이야기들로 꾸며졌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소위 우리가 흔히 말하는 ‘권선징악’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고나 할까. 17세기에 이러한 마음으로 많은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든 작가가 있다. 그는 이탈리아 작가 잠바티스타 바실레로 50편의 이야기를 5일에 걸쳐 10명의 화자에 의해 구연되는 형식으로 구성된 ‘펜타메로네’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그리움, 현실 풍자, 마법과 운명, 여성의 지혜 등 다양한 주제를 담은 유럽 동화의 원형으로 평가받으며, 그림 형제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이 책은 원제목보다 ‘이야기 중의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책에서 인용되곤 하였다. 이야기는 ‘여왕을 웃게 하라’는 명을 받은 열 명의 여성 화자가 왕국의 저주를 풀기 위해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 속 이야기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각기 다른 지역과 계층, 계절, 인물군을 보여준다.
주제별 요약
■ 마법과 운명
많은 이야기에서 마법은 인물들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인 도구로 작용한다.
- ‘고양이 첸네렌톨라’에서는 계모로부터 학대를 받던 친딸이 요정의 도움으로 왕비가 되어 선한 마음이 보상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신데렐라’의 가장 오래된 형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페트로시넬라’에서는 탑에 갇힌 여자가 자신의 지혜와 마법으로 사랑하는 왕자와 탈출하여 행복한 여생을 산다는 내용이다.
■ 여성의 지혜와 주체성
‘펜타메로네’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여성의 언어 능력과 지혜를 강조한다. 이는 열 명의 이야기꾼도 모두 여성으로 표현함으로써 보여주고 있다.
- ‘비올라’에서는 여성 주인공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왕자로부터 인정을 받는 구조. 사랑, 인내, 자율성이 강조되고 있다.
- ‘암곰’은 아버지의 부당한 결혼 요구를 피해 마법으로 곰으로 변신해 탈출. 타국에서 왕자와 사랑을 이루고 정체를 회복한다.
■ 계급 풍자와 인간 욕망
이야기들은 귀족, 부자, 가난한 자, 농민, 장인 등 다양한 계층을 다루며, 때로는 그들을 조롱하거나 풍자한다.
- ‘벼룩’에서는 왕이 애완 벼룩을 키우다 그 가죽을 문제로 내고, 괴물에게 딸을 시집보냄으로써 허영심이 비극을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상인’은 경솔함으로 인해 결국 자신의 동생을 죽이는 실수를 저지르지만 약초로 동생을 살려낸 후 반성하는 이야기이다.
- ‘갈리우소’은 가난한 사람이 유산으로 받은 고양이가 주인을 위해 거짓 신분을 꾸며 주인을 출세하게 하지만 출세한 주인이 고양이를 배신하자 그를 떠난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신분상승의 허위성과 배은망덕을 풍자하고 있다.
문체와 문학사적 의의
이 책은 나폴리 방언으로 쓰인 최초의 문학작품 중 하나이며, 지역색이 강한 유머와 속어, 민속적 표현이 가득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독창적인 비유, 과장된 묘사, 빠른 전개로 독자를 몰입시키며, 각 이야기마다 말장난이나 민속 노래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 책은 유럽 동화의 기초를 놓은 작품으로, 샤를 페로, 그림 형제 등의 동화작가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여기 수록된 이야기 중 많은 작품이 이후 각색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민간 설화와 문학을 결합한 고전으로서 민속학적 가치도 높다고 한다.
끝내며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책은 '아라비안나이트'이다. 그 책은 구전되어 내려오던 많은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한다면 이 책은 작은 이야기들로 한 권을 만들었다는데 차이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같은 점으로는 아내의 부정으로 여자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왕이 여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며 치유되어 가는 아라비안나이트와 자신의 속이고 있는 여성의 정체를 이야기를 통해 밝혀내는 이 책의 구성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이 쓰여진 시기는 17세기로 연대로는 1620 ~ 30년대라고 한다. 아무리 서양이라 하더라도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활발하지 않던 시기라 생각되는 시점에 여성의 역할이나 지혜를 표현하는 소설을 쓴 저자의 시각이 우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책은 단순한 환상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욕망, 지혜, 운명, 계급, 성 역할을 포괄적으로 조명하는 방대한 민속 서사라는 점과 그 기저에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유쾌한 풍자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읽어도 신선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고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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