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접하고 읽게 된 이 책은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만날 수 있다.
제목은 '노년에 대하여'이지만 원제목은 'fallen leaves'로 제목처럼 저자가 품은 사색의 향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노년에 대하여』는 명저 『철학 이야기』와 『문명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역사가”
(《뉴욕 타임스》)로 꼽히는 윌 듀런트의 마지막 원고이자 가장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에세이다.
듀런트 사후에 소재를 알 수 없어 거의 사라질 뻔했다가 30여 년이 지나 극적으로 발견된
원고들이다. 스물두 편의 짤막한 글은 삶과 죽음, 청춘과 노년, 신과 도덕, 전쟁과 정치, 예술과
교육 등 인생의 여러 단계를 통과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20여 가지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다룬 분야별 내용 중 마음에 닿는 문장을 발췌하여 정리하였다.
청춘에 대하여
P 27 – 데모스테네스는 좋은 웅변의 특징을 세 가지로 꼽았다. 행동, 행동, 그리고 행동.
P 28 – 청년은 새로운 것, 위험한 것을 사랑한다. 사람의 나이는 그가 무릅쓰는 위험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P 29 – 인생의 비극은, 삶이 청춘을 훔쳐 간 뒤에야 비로소 우리에게 지혜를 준다는 점이다.
P 30 – 니체는 “신사의 첫 번째 요건은 완벽한 동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초 위에
교육이라는 집을 지어야 한다. 몸을 돌보는 가르침과 머리를 위한 지식이 동등해야 한다.
노년에 대하여
P 45 – 노년이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는 육체의 상태를 말한다. 필연적으로 생명에 한계가
있음을 깨달을 수밖에 없는 세포의 상태. 그것은 생리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쇠퇴다. 동맥이
굳어지고, 생각과 피가 멈춘다. 동맥이 늙으면 사람도 늙고, 생각이 젊으면 사람도 젊다.
죽음에 대하여
P 49 – 죽음이란 멋 내기와 똑같이 쓸데없는 잡동사니를 제거하는 과정, 불필요한 것을 잘라 내는
과정이다.
우리의 영혼
P 55 – 내가 말하는 ‘정신’은 생물의 내면에 존재하는 지각, 기억, 생각의 총합을 뜻한다.
P 57 – 의지는 생각으로 표현된 욕망이며, 반대되거나 대안적인 욕망과 생각이 방해하지 않는 한
행동으로 표출된다.
P 63 – 충만한 인생을 살고 때가 되어 죽음이 다가오는 것은 용납할 수 있는 좋은 일이다.
우리의 신
P 68 – 진화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능동적인 과정이며, 환경과 우연의 힘으로 생명체가 형성
되는 것이 아니라 실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은 생명체가 환경을 애써 개조하고
우연을 부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아무 목적 없는 변이들이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으로 새로운 장기들이 줄줄이 창조되고 의지의 힘으로 몸을 형성하며
지상의 모습마저 바꾸어 놓는 것이 진화인 것이다.
종교에 대하여
P 81 – 역사적으로 이렇게 ‘소외된’ 나라나 계층은 초자연적인 신앙에서 위안을 찾으려 했다.
종교와 도덕에 대하여
P 95 – 개인적으로 나는 ‘도덕’을 집단이 생각하는 공적인 이익과 개인의 행동이 일치하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여기에는 사회 조직과 그 대가로 공동체의 요구에 기꺼이 자신을 맞추려고
애쓰는 개인의 의지가 개인의 삶, 자유, 성장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개인이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이 암시되어 있다.
P 101 – 욕망, 본능, 열정이 인간의 행동은 물론 심지어 인간의 이성조차 뒤에서 좌우하는 힘임을
이제 알 것 같다.
도덕에 대하여
P 105 – 먼저 기존 질서에 반발하는 것이 젊음의 본성이자 기능이자 의무임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P 112 – 문명은 거의 매 순간 본능의 억압에 기대고 있으며, 지성에는 우리가 추구해도 되는 욕망과
반드시 가라앉혀야 하는 욕망을 구분하는 능력이 포함된다.
P 113 – 자신에게 경찰이 필요해지기 전에는 누구도 경찰을 사랑하지 않는 법이다.
성에 대하여
P 133 – 자연(여기서는 다시 말해 진화 과정)은 번식에 목숨을 걸기 때문에 개체들을 종의 지속을
위한 도구이자 일시적 존재로 취급한다. 자연은 음식을 먹고 자식을 낳는 일 외에는 거의
모든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전쟁에 대하여
P 139 – 탐욕이란 미래를 위해 먹는 것, 또는 식량을 쌓아 두는 것이었고, 재산이란 원래 굶주릴
때를 대비한 방책이었다. 전쟁도 처음에는 식량을 얻기 위한 기습이었다.
정치에 대하여
P 167 – 인종의 도가니는 지금도 서로 녹아서 섞이고 있지만, 그것은 서로 피가 섞였다기보다
교육 수준과 생활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P 170 – 앞으로도 계속 불평하고, 요구하고, 반항하자. 이것도 우리의 미덕 중 일부다.
과학에 대하여
P 200 – 모든 해법은 새로운 문제를 노출시킨다. 과학의 발전도 새로운 혜택과 더불어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했으며, 최근에는 연약한 정신을 지닌 사람들에게 서구 문명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쥐어 주었다.
P 201 – 품성이란 무엇인가? 자신이 지닌 능력에 맞추어 욕망을 조절하고 합리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지혜란 무엇인가?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문제에 적용하는 것이며, 부분을 전체에
비추어 보고, 순간을 과거와 현재의 몇 년 세월에 비추어 보는 시각이다.
교육에 대하여
P 205 – 가장 가치 있는 교육은 무엇인가?
마음과 몸을 향해, 시민과 국가를 향해, 조화로운 삶의 가능성을 온전히 열어 주는 교육이
가장 가치 있다. 교육의 내용과 목적은 세 가지 기본 요소들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첫째, 건강, 품성, 지성, 기술로 삶을 통제하기. 둘째, 우정, 자연, 문학, 예술로 삶을 즐기기.
셋째, 역사, 과학, 종교, 철학으로 삶을 이해하기. 교육은 두 가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자라나는 세대에게 종족이 지금까지 쌓아 온 지식, 기술, 도덕, 예술 등 풍부한 유산을
전해 주는 것. 둘째, 개인이 이 유산을 이용해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고 삶을 풍부하게 하는
것. 이 유산을 많이 흡수할수록 사람은 짐승에서 사람으로, 야만인에서 시민으로 변해 간다.
P 207 – 형태는 기능을 따르고, 기능은 욕망을 따르고, 욕망은 삶의 정수다.
P 211 – 소크라테스는 진정한 미덕은 오로지 지성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지성과 지능을 확실히
구분한다면 많은 미덕과 지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지능’은 아이디어들을
획득하고 축적하는 능력이며, ‘지성’은 자신의 경험은 물론 남의 경험까지도 이용해서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실행하는 능력이다.
역사의 통찰
P 231 –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사람들, 지금까지 읽은 모든 책,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일이 우리의
기억, 몸, 품성, 영혼에 쌓여 있다. 도시, 나라, 종족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그들의 과거이므로,
과거를 모르고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죽는 것은 현재이지 과거가 아니다.
P 232 – 현명한 사람은 타인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지만, 어리석은 자는 자신의 경험에서
조차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P 254 –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자식을 낳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지도 않은 채 무작정 아이를 낳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P 257 – 혁명보다는 덜 매혹적이지만 비용은 덜 드는 것이 바로 지속적인 선전과 점진적인 실행을
통한 개혁이다.
저자는 가장 가치 있는 교육을 조화로운 삶의 가능성을 온전히 열어주는 교육이라고 했는데 과연
조화로운 삶의 가능성이란 무엇일까? 조화로운 삶에서 젊음의 본성이자 기능이자, 의무인 기존
질서에 대한 반발은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일까? 또 역사의 통찰에서 지속적인 선전과 점진적인
실행을 통한 개혁이 비용이 덜 든다고 했지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퇴보가 되는 일은 없을까?
지혜란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문제에 적용하는 것이라 했는데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의 생각에 일면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 드는 의문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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