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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讀後行

이세상 모든 사랑-'나태주시집'을 읽고

by 聚樂之生 202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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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배웠던 혹은 읽은 시집에서 마음에 들어 외우고 있는 시가 있는가? 같은 책을 읽어도

마음에 닿는 글귀가 다른 것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느낀 삶의 흔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시를 읽고 나면 그 시집에서 마음에 들어 하는 시가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물론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시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맛집을 발견해 나만의 비밀로 몰래

간직하고 싶어하는 마음처럼 마음속 깊이 나만의 시로 간직하고픈 마음이 드는 시도 있으리라.

 

시집은 참 어렵기도 하다. 함축적인 의미가 담긴 시구에 대한 시인의 뜻을 이해하기가 힘들 때도

있고, 다소 동떨어진 감정을 느껴 선뜻 다가서기 힘든 시도 있기에 소설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태주 시인의 시는 나 같은 시에 대한 초보자도 접근하기가 편해서 참 좋다. 담긴 의미가

글귀에 그대로 흔적을 남겨 나만의 해석으로 그 맛을 음미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시집 '이세상 모든 사랑'에서 읽고 마음에 남아 간직하고 있는 시들을 적어본다.

 

물음 2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하여

내가 좋은 느낌을 좇아서

 

더러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느낌이

내게서 떠날까봐 조바심하면서

 

사람 사는 일이 참

별것도 아닌 걸 압니다.

 

따져 묻지 마세요

밤 새워 당신

생각하고 일어난 아침

문 열고 나와 보니 꽃이 폈어요

 

연못에는 연꽃

울타리 밑엔 봉숭아

이슬을 뒤집어쓰고 폈어요

 

꽃이 왜 폈냐고

따져 묻지 마세요

그냥 꽃은 피고 싶어서 핀 거겠죠

 

그래도 이유를 대라면

내가 당신을 그리워했기에

폈다고나 해둘까요.

 

걱정되는 사람

인생은 순간이에요. 어디서 누구하고 무엇을 하든 함께 있는 사람한테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고 잘 사는 인생이래요.

 

마음의 주인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조그만 마음 하나

제대로 데리고 다니지 못해 이 고생입니다

 

날마다 찔름찔름 넘쳐나는 이 마음 하나

어디라 부릴 곳 없어 이러이 서성입니다

 

날마다 날마다는 아니지만 가끔씩

나의 마음을 받아 주세요 다스려 주세요

 

갈기 센 마음의 고삐를 잡아

주인이 되어 주세요.

 

당신께 드립니다

신이 허락하신 만큼 오늘 하루치의 사랑과 평안과 따스함과 부드러움을 전해요

 

 

사랑에의 권유

사랑 때문에 다만

사랑하는 일 때문에

울어 본 적 있으신지요?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오직

한 사람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을 꼬박 새워 본 적 있으신지요?

 

그것이 철없음이라도 좋겠고

어리석음이라도 좋겠고

서툰 인생이라 해도 충분히 좋겠습니다

한 사람의 여자를 위하여

한 사람의 남자를 위하여 다시금

떨리는 손으로 길고 긴 편지를

써 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지요?

 

부디 잊지 마시기 바래요

한 사람의 일로 밤을 새우고

오직 그 일로 해서 지구가 다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았던 날들이 분명

우리에게 있었음을

 

그리하여 우리가 한때나마 지상에서

행복하고 슬프고도 외로운 사람이었음을

부디 후회하지 마시기 바래요.

 

너무 늦게

날마다 날마다 신이 주신

첫날처럼 맞이하고

하루하루 이세상

마지막 날처럼 살다 가리라

 

만나는 사람마다

오직 한 사람으로 대하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나리라

 

하나란 숫자가 세상에서

가장 크고 소중한 숫자임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아 갑니다.

 

 

한밤의 기도

새로 맞이하는 한 날도

당신의 축복 아래 평안하게 하시고

끝없이 사랑하는 마음 또한

잊지 않게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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